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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리즘? 매너리즘!

Category : 과학,CG,상식 | 2007. 10. 27. 17:49




1. 매너리즘?

매너리즘 : 예술의 창작이나 그 발상면에서 독창성을 잃고 평범한 경향으로 흘러, 표현수단의 고정과 상식성으로 인하여 예술의 신선미와 생기를 잃는 현상


이런 사전적 의미에 더하여 오늘날 우리는 현상유지의 경향이나 자세를 가리켜서도 흔히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말합니다.
쉬운 예를 들자면 어떤 가수가 데뷔 때에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양식의 음악성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켜 승승장구 하더만 2집,3집을 내면서 인기유지에 급급, 새로운 창조에는 등한시 하고 기존의 방법에만 얽매어 활동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저 가수는 매너리즘에 빠졌다.’라고 흔히 표현하지요. 이렇듯 매너리즘이란 말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로 완전히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2. 미술사조의 매너리즘

마니에리즘, 이탈리아 어로 마니에리스모(Manierismo)라고도 불리우는 매너리즘은 원래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사이에 가교역할을 했던 16세기 후반의 미술사조를 뜻하는 일컫는 말입니다. 시기적으로 라파엘로가 죽은 이후 1525년부터 바로크 미술이 시작되는 1600년까지의 75년간인데, 예전에는 후기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던 사조이지요.
근래에 와서야 정당하게 대접받고 후기 르네상스에서 독립되어 나온 사조로 인정받은 탓에 매너리즘이라는 단어가 원래 미술사조라는 사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매너리즘이란 미술사조가 어떤 것이길래 원래의 의미와 달리 현재에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말로 쓰일까? 이것에 대한 본격적인 답을 하기 전에 먼저 매너리즘 회화가 어떤 것이고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매너리즘의 어원은 ‘손’이란 뜻을 가진 이탈리아 어인 ‘Mano’에서 왔다고 하며 그 어원이 뜻하는 바는 매너리즘 미술사조는 창의성보다는 손재주를 부리는, 지나치게 과장된 수법의 인위적인 미술적 특성을 가지는 사조로 생각되어왔습니다. 그 당시 바로크 시대 사람들이 이렇게 평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매너리즘 회화들은 기존의 회화들과는 매우 이질적인 특징을 보여줬기 때문이죠.
매너리즘의 가장 큰 특징은 '인체비례에 벗어나는 길쭉한 신체의 사람’, ‘기존의 구도에 벗어난 불안정한 구도’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파르미자노(Parmigianino 1503~1540)의 <긴목의 마돈나>는 이런 특징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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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미자노 作, 긴목의 마돈나>



먼저 이 그림을 보면 전 시대 르네상스 대가들이 그린 그림과는 무언가 다른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라파엘이 그린 <성모상>에서 보여준 단순함과 자연스러움과 비교해서 파르미자노는 성모를 자기 나름대로 우아하고 고상하게 그리려고한 나머지 성모의 목을 마치 백조처럼 길쭉하게 그렸습니다. 그는 여기서 인체의 비례를 기묘한 방식으로 길게 늘여놓은 것이죠. 길고 섬세한 손가락을 가진 성모의 손, 전경에 있는 천사의 긴 다리, 초췌한 표정으로 두루마리를 펼쳐보고 있는 비쩍마른 예언자, 도저히 아기의 몸이라 볼 수 없는 아기예수의 길쭉함 등은 마치 일그러진 거울에 비친 상처럼 보입니다. 구도 또한 비정상적입니다. 인물들이 성모 양쪽에 균등하게 배치하는 것 대신에 붐비는 천사들을 비좁은 왼쪽 구석에 몰아넣고, 오른쪽은 넓게 터놓아 키가 큰 예언자의 모습 전신을 보여주고 있는데 거리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기가 너무 작아져서 그 키가 성모의 무릎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파르미자노 외에도 매너리즘을 대표하는 화가로는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나 틴토레토(Tintoretto 1518~1594)등이 있는데 이들의 작품들을 봐도 이런 부자연스러운 구도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너리즘 회화들의 자체가 풍기는 인상은 ‘굉장히 불안정하다’입니다. 인체비례나 구도로 보나 우리 눈에 익숙한 비율,비례, 황금분할등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낯설고 기괴하게 보이는 것이죠.




3. 매너리즘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부정적 의미를 내포한 말로 되기까지

왜 그럼 이런 일종의 비정상적인 그림들이 16세기 후반의 미술사를 잠시나마 지배하게 되었을까? 예술은 그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한다는 진리가 여기서도 통용되고 있습니다. 16세기 후반은 르네상스를 주도했던 이탈리아의 몰락시기였던 것이죠. 신대륙의 발견으로 인해 상업의 주요항로가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바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탈리아는 신흥 부국인 에스파니아와 포르투갈에게 밀려 내리막 길을 걷게 된 때입니다. 이런 유럽의 주도권이 바뀌면서 유럽사회의 전반은 혼란스러워 졌고, 거기다 더해 종교개혁에 의한 사회적 동요로 그 당시의 사람들의 심리적 불확실성을 증폭시켰습니다. 이런 사회상에서 르네상스 시대와 같은 이성과 체계적으로 정교하게 표현된 삶이 예술 쪽에 투영될 수 없었겠죠. 즉 매너리즘은 그 당시 과도기적 사회상황에 의해 심리적 불균형을 불러일으킨 결과인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르네상스에서 보여주던 안정적 구도와 비례의 그림들 보다는 불안정한 느낌이 강조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거기다가 매너리즘의 핵심 사조는 주지주의적 이상주의입니다. 현실의 삶과 자연을 적극적으로 긍정하고 현시하는 르네상스와 달리 자기의 머리 속에서 구축된 미의 이념을 의도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매너리즘 작가들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지나친 의식적 구성화에 의한 냉담성,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 극단적인 장식적 경향 및 철저한 절충주의 등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매너리즘은 이전의 가치 체계에 대한 하나의 반역의 시대라 볼 수 있는 것이죠.

이런 미술사조인 매너리즘이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게 된 원인은 앞서 말했지만 안정화의 시대라 할 수 있는 바로크 시대의 비평가들의 눈에 16세기말의 미술가들의 그림은 불안정하고 기괴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황금비례 및 인체의 비례를 무시한 길쭉함과 구도의 어긋남, 이들이 볼 때는 이들의 그림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치부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들의 말을 빌자면 매너리즘 시기의 화풍은 르네상스 시대 때 전인들이 보여주었던 조화와 아름다움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결론 하에 그들이 보여주었던 것을 열심히 연구하고 수법을 모방하려하는 수준, 가식과 천박한 모방에 그쳤다는 것입니다. 이런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매너리즘 회화의 특징 때문이기도 한데, 독창적이지만 그 근본은 르네상스 전인들의 기법을 답습해왔기 때문이지요. 즉 우리가 요즘 사용하는 매너리즘의 사전적인 의미인 ‘현상 유지의 경향’을 뜻하는 말은 여기서부터 나온 것입니다. 이들의 주장은 타당한 것으로 당시 여겨져 부정적인 의미로 널리 퍼지게 되었고 보통 미술사를 다룰 때도 르네상스 시기에서 바로 바로크 시대로 넘어가는 것으로 서술되고 있습니다. 행여 미술사에서 매너리즘을 다루고 있다 하더라도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등에 비해서는 별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지요.(한 페이지도 안될정도로....)
이렇게 된데에는 불안정안 시대때 그 생명력이 짧았던 미술사조였던 탓도 있는데다가 이와 대립항에 있는 후세대의 바로크가 워낙 강한 힘을 발휘하고 유럽전역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입니다.




4. 과연 매너리즘은 르네상스 미술의 단순한 모방에 그쳤는가?

이에 대해 현재의 답은 ‘물론 아니다’입니다. 현재에서 매너리즘은 더 이상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닌 反르네상스의 현상으로 현대 미술의 형식의 파괴의 시조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을 돕기 위해 또 다른 매너리즘을 대표하는 틴토레토의 ‘용과 싸우는 성 게오르기우스’를 예를 들어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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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토레토 作, 용과 싸우는 성 게로르기우스>



그림을 보면 주인공인 성 게오르기우스는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이전의 일반적인 구도의 법칙과는 정 반대로 배경속에 멀리 들어가 있습니다. 반면에 공주는 마치 그림 속에서 곧바로 우리들을 향해 달려 나온 것처럼 보입니다. 르네상스나 바로크 시대의 일반적인 구도라면 성 게오르기우스를 중심에 놓고 가장 돋보이게 할 텐데 말이죠. 이런 일반적인 구도의 파괴는 현대 미술에서 추구하고 있는 그것과 일맥상통 하고 있습니다.


이제 매너리즘 시대의 최고의 화가로 일컫어지는 엘 그레코의 ‘요한 묵시록의 다섯 번째 봉인의 개봉’을 살펴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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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그레코 作, 요한 묵시록의 다섯 번째 봉인의 개봉>




이는 완전히 현대 미술을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놀라운 작품으로 흡사 환상주의 계열의 작품을 보는 듯 합니다. 기존의 질서를 철저하게 反하고 기존의 질서보다는 자신의 미의식과 자의식이 주가된 이 작품은 당시 그 시대 때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들만의 화법과 구도를 보여주었고 이는 현대미술의 바탕을 이루게 했다고 요즘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즉 이전의 가치 체계에 대한 하나의 반역의 시대로서 기존의 형식의 답습에 반발하는 요즘의 현대 미술계의 성격을 이미 16세기 말 매너리즘이 보여줬던 것입니다. 시대를 앞서나가는 이런 시도가 과연 예술의 창작이나 그 발상면에서 독창성을 잃고 이전 것을 답습하는 것인가요?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평론가들에 의해 조롱받던 의미의 매너리즘은 현대에 와서야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5. 그러나...

이제 매너리즘의 진정한 의미와 의의를 안 이상 매너리즘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것은 매너리즘 시대때 예술가들의 노력과 창작의욕을 평가절하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지양해야겠지만 매너리즘이 부정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바로크 시대인 17세기 부터였습니다. 무려 4세기 동안 안 좋은 뜻으로 쓰인 것을 현대에 와서 재평가 받고 한다고 해서 일반인들의 인식을 바꾸긴 힘들다 볼 수 있겠습니다. 거기다가 매너리즘의 원래 뜻 자체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으니... 뭐 노력은 계속해 나가야겠지만 글쎄요.
적어도 이 포스팅을 보고 나서 매너리즘의 원래 뜻을 알게 되셨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합니다. ^^


참고문헌
서양미술사 - 곰브리치 저
EBS 청소년을 위한 미술 감상 - www.ebs.co.kr(지금도 있나?)
동아 대백과 사전 - 마니에스리모 편


뱀발) 원래 이 글은 2001년도 대학 미술동아리 회지에 썼던 글을 수정보완해서 올린 글입니다. 지금 보면 글의 호흡이라던가 전개 방법이 상당히 미숙했던 글이었던거 같습니다.




(광고) SHICK

Category : AD, DESIGN & WEB | 2007. 10. 7. 13:06



CL:
SHICK
분류: 생활용품
종류: PRINT(잡지)



자 여기 새로 나온 강력한 기능의 면도기가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포장하고 설명해야 소비자의 뇌리에 “이 면도기가 정말 깔끔하게 잘 깎이는구나”라고 인식시킬 수 있을까요?
대부분 우리나라 면도기 광고에서는 이중, 삼중 면도날이 어떻고 면도할 때 얼굴 안 베이게 안전 장치를 해 놨다라던지, 얼굴 곡면 따라 깔끔하게 깎인다.... 라는 식의 기능성을 강조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특징은 경쟁사 제품도 마찬가지. 경쟁사도 똑같은 컨셉의 광고를 들고 나왔군요. 자칫잘못하다간 선도자의 법칙(주1)에 의해 이런 제품의 특징광고는 오히려 경쟁제품을 부각시키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식의 광고는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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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런식의 광고는 절대 우리나라에서 나오지 못할거 같지만(향후 10년후에는 가능할지도) 이 광고가 주는 면도기의 기능의 우수함은 쉽게 머리속에서 벗어나지 못할정도로 강렬할 거 같습니다. ^-^
물론 사람에 따라 (특히 우리나라) 이 광고의 거부감 때문에 SHICK제품을 안쓸 수도 있을 위험도 충분히 있긴 하지만... (서양에서야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




주1)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가 쓴 마게팅 계의 BIBLE인 마케팅 불변의 법칙(THE 22 IMMUTABLE LAWS OF MARKETING)이란 책에 나오는 22가지 마케팅 법칙중 하나. 이미 한 회사가 선점한 이미지나 기능을 강조하는 광고를 할 경우, 소비자들은 그것을 자사의 광고 이미지로 인식하기 보다는 시장을 선점한 경쟁사의 이미지로 인식한다는 이론


뱀발) 맨 마지막 사진의 TOM BRACKER(22)는 얼핏보면 정말 여자 같군요










82. MORBID ANGEL - DOMINATION

Category : ROCK & METAL | 2007. 9. 27. 00:23

 

 

 

82. MORBID ANGEL - DOMINATION : 암흑기에 더 빛을 발하다
국적: 미국
그룹: MORBID ANGEL
앨범명: DOMINATION
장르: DEATH METAL
제작년도: 1995년
레코드사: GIANT RECORDS
공식홈페이지: http://www.morbidangel.com
멤버리스트: TREY AZAGTHOTH (Guitars/ Keyboard)    DAVID VINCENT (Vocals/Bass)
ERIC RUTAN (Guitars)    PETE SANDOVAL (Drums)


01. DOMINATE
02. WHERE THE SLIME LIVE
03. EYES TO SEE, EARS TO HEAR
04. MELTING
05. NOTHING BUT FEAR
06. DAWN OF ANGRY
07. THIS MEANS WAR
08. CAESAR'S PALACE
09. DREAMING
10. INQUISITION(BURN WITH ME)
11. HATEWORK



이전글 참조
62. MORBID ANGEL - ALTARS OF MADNESS : DEATH METAL 전설의 시작(1집)






1. 암흑의 시기, 1995년

MORBID ANGEL이 통상 4번째 앨범인 DOMINATION을 발매했을 당시인 1995년은 HEAVY METAL 밴드들에게 굉장히 힘든 시기였습니다. ALTERNATIVE ROCK은 이미 ROCK계를 휘어잡았고 그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계속해서 성장해 나갔으며 그에 반비례 해서 HEAVY METAL 밴드들은 참담한 앨범 판매고와 팬들의 떨어진 관심 때문에 수 많은 밴드들이 해산의 길을 걸었을 때였으니까요. 이 때 가장 타격을 많이 입은 METAL 장르는 LA METAL과 DEATH METAL이었습니다. 그 중 LA METAL은 ALTERNATIVE ROCK의 대립항에 있던 존재라(ALTERNATIVE의 뜻인 대안이 바로 이 LA METAL의 대안이란 의미였으니...) 직격탄을 맞아서 그렇다 쳐도, 익스트림 음악이라 원래 음반 판매고나 기타 것들이 메이저 장르에 비해 적었던, DEATH METAL은(10만장 정도 팔면 초대박급이니...) 이런 상황에서도 크게 타격을 입지 않을거라 생각해 왔는데 갈수록 고전을 한 것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DEATH METAL의 몰락은 이미 예전부터 예견되어 왔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발전성이 없는 당시 DEATH METAL 장르의 한계 때문이었죠. (즉 ALTERNATIVE 때문이 아닌 내재적인 문제로 DEATH METAL은 스스로 몰락을 하게 된 것임)
80년대 후반, 90년대 초, HEAVY METAL의 인기를 타고 극단의 음악을 자랑하는 DEATH METAL은 놀랍게도 언더그라운드를 넘어 오버그라운드로 까지 진출하게 됩니다. 문제는 오버그라운드에 진출하고 나서인데, 이때 대부분의 MAJOR DEATH METAL BAND들은 DEATH METAL이 가지고 있는 다른 여러 요소들과 발전 가능성은 등한시하고, 사운드 적으로 더 과격하고 빠른 음악을 만들어 내느냐에만 초점을 맞춰 나갔습니다. 즉 DEATH METAL의 과격성에만 빠져 스스로 장르의 한계를 만들어 버린 셈이었는데, 그 결과로 전문가가 들어도 그 음악이 그 음악 같고 보컬마저 구별할 수 없는 단지 파괴적이고 빠른 음악(지금도 들어보면 밴드간의 그라울링 보컬의 차별성은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죠)이란 식상함이 이내 대두되어 전성기를 몇 년 이끌지 못하고 되었고 이에 질린 팬들이 등을 돌리게 된 것입니다. 한마디로 DEATH METAL 밴드들이 스스로 가져온 자업자득의 결과였고, DEATH METAL의 지존이라 불리우는 OBITUARY마저 당시 해체설에 시달릴 정도로 였으니(결국 OBITUARY의 경우 한 번 해체하고 후에 다시 재결성하게 됩니다만) 이 상황은 생각 외로 심각한 것이었지요.
이런 와중에서도 MORBID ANGEL은 DOMINATION앨범을 8만장 이상을 팔아치워 건재함을 과시하며 암흑기에도 버틸 수 있는 DEATH METAL밴드라는 것을 팬들에게 각인을 시키게 되는데, 이런 시기에도 MORBID ANGEL이 꾸준한 성적을 내며 팬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된 이유로는 그들의 다소 독특한 음악적 특징 때문이었습니다.



2. DEATH METAL의 이미지 확대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MORBID ANGEL이 최고의 DEATH METAL 밴드로 추앙받는 이유는 초창기 DEATH METAL의 사운드를 정립하여 오버그라운드로 끌어올린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MORBID ANGEL만이 초창기 DEATH METAL 사운드를 확립한 것도 아니었고 OBITUARY나 DEATH등도 여기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 사실 하나만 놓고 MORBID ANGEL이 최고의 DEATH METAL 밴드라고 칭하기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 때문에 이런 영광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가?
MORBID ANGEL이 DEATH METAL 사운드의 확립이란 명제 외에 지금까지 최고의 DEATH METAL밴드로 추앙받고 있는 더 큰 이유는 DEATH METAL의 파괴적이고 사악한 천편일률적 이미지를 확대한 몇 안되는 파이오니어 밴드였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MORBID ANGEL의 음악을 들어보면 역시 기반은 여타 DEATH METAL 밴드들처럼 파괴적이며 사악하고 두들겨 부시는 음악으로 되어 있지만 그것을 토대로 BLACK METAL적인 암울함과 신비주의 그리고 공포를 집어넣어 확장된 DEATH METAL 사운드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과격,무식이란 단어로밖에 설명안되던 DEATH METAL에 고도의 테크닉이 가미된 연주가 도입하여 DEATH METAL도 이렇게 할 수 있다!! 를 음악계에 크게 어필해 왔습니다. 즉 여타 DEATH METAL 밴드들과 다른 그들만의 확고한 IDENTITY를 이끌고 차별화를 꾀왔던 것이죠.
이런 MORBID ANGEL이 가진 음악적 확장요소는 이후 BLACK METAL이나 후세대 DEATH METAL 밴드 및 심지어 NEW METAL 밴드들에게 까지 큰 영감과 영향을 주게 되었고 그에 걸맞는 앨범 판매고를 올려(특히 암흑기에서도) 최고의 DEATH METAL 밴드라는 영광스런 수식어를 계속해서 이어 갈수 있다 하겠습니다.



3. MORBID ANGEL 음악성의 정점, DOMINATION

4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DOMINATION은 앞서 말한 이들의 음악적 특징과 실험성이 극명하게 드러난 명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DAVID VINCENT의 그라울링 보컬의 완성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그동안 DEATH METALER들이 추구하던 극단의 그라울링 보컬은 지옥과 파괴의 음악이란 명제에 충실하였지만 타 밴드간의 구별에는 실패했다고 봐도 될 정도로 구분이 가지 못했었는데, DOMIATION앨범에 드러난 DAVID VINCENT의 그라울링 보컬은 DEATH 본연의 과격함을 살려내면서 여타 DEATH METAL 밴드의 보컬과 다른 이지적이면서도 중후한 멋을 잘 살려내 그들만의 특징적 요소를 만들어내었습니다. DEATH METAL에서 이런류의 보컬톤을 접하기란 매우 어려울 정도로 DAVID VINCENT의 보컬 형식은 독특하다 할 수 있겠으며 이 점 또한 MORBID ANGEL의 IDENTITY를 굳건하게 해주는 요소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사운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동안 공석이었던 세컨드 기타리스트로 RIPPING CORPSE와 EULOGY 출신인 ERIC RUTAN을 맞이하여 사운드의 탄탄함을 구축함과 동시에 그동안 추구했던 실험적인 사운드 메이킹을 이 앨범에서 맘껏 발산하고 있는데 그 결과 나온 앨범의 분위기는 굉장히 테크니컬 적이고 프로그레시브 하면서도 심포닉 합니다.

때로는 DEATH METAL 본연의 과격함과 힘을(DOMINATION),
때로는 음울하면서 느릿한 기괴한, 변박자를 극대화한 테크니컬 사운드를(WHERE THE SLIME LIVE),
암흑의 FANTASY를 보는듯한 신비함, 그리고 공포(HATEWORK),
프로그레시브하면서 음울한 전개(DAWM OF ANGRY)...

얼핏 들으면 강도가 강한 프로그레시브 METAL내지 SYMPHONIC BLACK METAL을 듣는 듯한, 여태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DEATH METAL의 이미지를 넘어서는 사운드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사운드를 낼 수 있었던 첫번째 원인은 이 앨범에서 특히 TREY AZAGTOTH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AZAGTHOTH는 알려진대로 일반적인 반기독교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고대 악마의 전설이나, 스칸디나비아 혹은 메소포타미아지역의 전설 등, 기독교의 원류나 이교로 알려진 쪽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었는데(주1) 이런 성향에 맞춰 사운드도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 냈었습니다. 실질적으로 BLACK METAL이라고 봐도 무방한 2집 BLESSED ARE THE SICK이나 이번 DOMINATION 앨범의 프로그레시브한 사운드는 AZAGTHOTH의 강한 입김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도 이와 비슷한데, 이전 작 3집에서는 메이저 레코드사와의 계약건도 있고 해서 다소 스트레이트한 DEATH METAL의 본연에 충실했었더라면(물론 GOD OF EMPTINESS는 예외) 4집에서는 그것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데로 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MORBID ANGEL 앨범 사상 가장 사운드가 장중하면서 프로그레시브한, 그리고 굉장히 세련된(DEATH METAL에서 이런 표현이 나올줄이야....)그동안 MORBID ANGEL이 추구하는 사운드의 정점으로 봐도 될 정도의(정확히 말해서는 AZAGTHOTH) 독특한 DEATH METAL이 탄생하게 되었으며 이 앨범은 이후 많은 DEATH METAL밴드와 그 이외의 장르의 밴드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명작으로 기록되게 됩니다. 물론 이 앨범 이후 여러 가지 후폭풍을 만나게 되는 것은 별개의 일이 되었지만요. (주2)



Leading all the wonders to certain fate
Another victim reviled
I'm staring at you through the eyes of the wolf
Tell me who is going to save you now!

Animal senses ever alert
Praise be to the father-war
As a servant I am serving myself and I bathe in anticipation
Unless you taste it you could never know
All the power our Lord bestows
With a bow and a kiss profane
Be a victor or be a victim.
(FROM LYRIC DOMINATE)




주1) 거기에 더해 AZAGTHOTH는 유명한 게임광으로도 유명합니다. MORBID ANGEL 홈페이지의 글을 보면 그는 자신의 퀘이크 클랜을 만들어 활동했음은 물론 스트리트 파이터II의 주 캐릭터로 춘리와 캐미를 사용한다고 밝힐 정도니 말이죠.


주2) 게다가 이들의 최고 명반으로 추앙받는 1집인 ALTARS OF MADNESS를 좋아하던 골수팬들에게 이런 식의 세련됨과 프로그레시브한 느낌은 큰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고, 이후 MORBID ANGEL의 하강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1집을 좋아하는 팬들은 이 앨범의 곡들은 노래는 좋은데 심심하고 좀 지루하다라는 평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뱀발) 이 앨범의 성공이야 글 서두에서 다 이야기 했으니 넘어가도록 하고, 그런데 이후 베이시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DAVID VINCENT는 밴드를 탈퇴하고 맙니다. 지긋지긋하게 멤버의 안정화를 못 이루는 MORBID ANGEL의 고질병이 또 시작된 것이죠. 이에 대해선 나중 앨범때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뱀발2)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곡은 2번째 트랙인 WHERE THE SLIME LIVES입니다. 변박자의 적극적 활용과 AZAGTHOTH와 RUTAN의 변칙적인 기타 솔로는 제목 그대로 SLIME이 꾸물꾸물 거리면서 내 몸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이라고 할까....
DARK FANTASY풍의 11번째 트랙인 HATEWORK도 강추입니다. 좀 심심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개인적인 뱀발) 이런 MORBID ANGEL의 사운드 메이킹에 반한 저는 완전히 MORBID ANGEL의 팬이 되버렸지요. 지금도 제가 소장한 앨범중 최고의 DEATH METAL 앨범으로 이 앨범을 꼽고 있습니다. (너무 많이 들어서 지금은 질린감도 없잖아 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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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ERE THE SLI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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