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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MORGOTH - ODIUM

Category : ROCK & METAL | 2012. 9. 23. 16:30

 

 

 

 

105. MORGOTH - ODIUM : 새로운 요소가 가미된 서슬퍼런 분노의 분출 그리고 마지막

국적: 독일
그룹: MORGOTH
앨범명: ODIUM
장르: DEATH METAL
제작년도: 1993년
레코드사: CENTURY MEDIA
공식홈페이지: https://www.facebook.com/MorgothOfficial/
멤버 리스트:Marc Grewe(Vocals)   Harry Busse(Guitars)    Sebastian Swart(Bass)
Carsten Otterbach(Guitars)   Rudiger Hennecke(Drums)


 

01. Resistance
02. Art of sinking
03. Submission
04. Under the surface
05. Drowning sun
06. War inside
07. Golden age
08. Odium

 

 

이전글 참조

51. MORGOTH - THE ETERNAL FALL / RESURRECTION ABSURD (0집)

99. MORGOTH - CURSED (1집)


 

 

 

1. 음악적 다양성

 

그 동안 발매한 앨범들만 놓고 봤을 때(2장의 EP음반을 하나로 묶은 앨범과, 정규 앨범이 하나가 고작이지만) DEATH METAL 밴드인 MORGOTH의 음악성은, 확실히 유럽출신 답게, 단순한 과격 일반도의 BRUTAL DEATH METAL과는 거리가 있는, 암흑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의 공포와 암울, 그리고 때론 엄청난 스피드의 음악에서 반전하는 느릿한 템포로 꽉 조여오는 압박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그들의 음악적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던 OBITUARY의 음악의 발전된 형태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음악성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0집인 THE ETERNAL FALL / RESURRECTION ABSURD에서는 전형적이지만 유럽 출신 METAL 밴드 특유의 양식미가 조화되어 있는, DARK FANTASY 풍의 DEATH METAL 음악을 보여줬고, 1집인 CURSED에서는 다소 느릿한 DOOM METAL적 요소와 그에 걸 맞는 HEAVY한 음악을 선보였다면 1993년에 발매한 ODIUM 앨범에서는 울분을 쏟아내는 듯한, 분노의 폭발과 엄청난 파워를 느낄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즉 어디 하나에 안주하지 않는 이들의 실험적 요소와 음악적 진화가 계속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2. ODIUM 앨범의 특징

 


1993년이면 시대적으로 ALTERNATIVE ROCK과 INDUSTRIAL ROCK이 MAIN STREAM으로 부상한 시점이고 이들 GENRE의 음악들이 METAL에게도 영향을 미치던 때였습니다. (아주 안 좋게 영향을 미친 케이스도 많아서 이들 장르를 그대로 답습한 METAL 밴드들은 아류로 전락, 해체 수순을 밟기도...) 그 동안 음악적 다양성을 보여준 MORGOTH도 이 ODIUM 앨범에서 INDUSTRIAL ROCK적 요소와 때로는 기타 리프에서 간간히 ALTERNATIVE ROCK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INDUSTRIAL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고 해서 이들의 음악에 샘플링과 노이즈가 들어간 것은 아니고  그런 느낌이 좀 들어간다는 것입니다.(그나마 INDUSTRIAL 샘플링이나 노이즈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음악은 마지막 트랙이자 연주곡인 Odium입니다.) 이들의 음악의 근간은 여전히 DEATH METAL이며 시대의 흐름에 맞게 이들 요소들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Marc Grewe의 보컬 톤은 과거와 사뭇 다르며 여전히 변박자를 사용한 다양한 느낌의 사운드 톤도 여전하지만 과거 앨범들에 비해 굉장히 단순한 느낌을 보여주며 스트레이트한 음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에 비례하여 서슬퍼런 분노를 토해내는 느낌은 굉장히 강하지만 과거 이들 음악의 특징인 암흑의 공포로 끝없이 추락할 거 같은 불길함은 상대적으로 많이 약화된 느낌입니다. 그러기에 이 ODIUM 앨범의 음악을 듣다 보면 과거 MORGOTH 음악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강하게 들어, 얼핏 들으면 다른 밴드의 음악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느낌이 듭니다.(뭐 일반인들이 듣기엔 모든 DEATH METAL들이 다 똑같게 들리겠지만) 즉 순수 DEATH METAL적 요소는 많이 희석되었지만 적지적소에 가미된 새로운 시도, 그리고 스트레이트 해진 만큼 세련된 음악적 구성은 여전히 DEATH METAL 매니아들에게 어필하는 음악으로 무장되어 있습니다. 이는 곧 그들의 우상 격 밴드인 OBITUARY적 색채가 많이 엹어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고, OBITUARY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만의 음악적 색채를 찾으려는 MORGOTH의 노력이 어느정도 빛을 발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팬들에게도 어필하게 되어 어느정도 판매고를 어느 정도 이루는데 성공(물론 GENRE가 DEATH METAL이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판매고는 아닙니다.)을 하게 되지만...

 

 

 

 

3. 결론적으로 이들의 마지막 DEATH METAL이 되버린 앨범

 

하지만 이들도 METAL이 ALTERNATIVE와 INDUSTRIAL ROCK에 밀려 구세대의 유산이 되 버리는 시대의 흐름을 이겨낼 수 없게 됩니다. 그리하여 3년 후, 1996년도에 나온 새 앨범은 DEATH METAL이 아닌 전혀 새로운 GENRE의 음악을 들고 나오게 되고 이들의 마지막 음반이 되 버립니다.(자세한 이야기는 해당 앨범 리뷰 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기에 순수한 DEATH METAL만을 놓고 봤을 때, 이 ODIUM 음반은 이들의 마지막 DEATH METAL 앨범이 되 버린 것이죠. 아니 DEATH METAL MOVEMENT를 이끌었던 이들에게 있어서 차라리 이 앨범이 마지막이 되었더라면 적어도 DEATH METAL팬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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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ISTANCE

 

 

 

 



(애니)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 어떤걸 선택해도 늘 똑같아

Category : MUSIC & MOVIE | 2012. 8. 19. 22:29

 

 

 

 

 

 

 

1. 四畳半神話大系(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기본정보

 

원제: 四畳半神話大系
상영년도: 2010. 4/27 ~ 2010. 7/01
편성: FUJI TV, 총 11화
공식 웹사이트: http://www.fujitv.co.jp/b_hp/yojyouhan/
감독: Yuasa Masaaki (湯浅政明)
음악 : Ooshima Mitsiru (大島ミチル)
제작: MAD HOUSE
원작: Morimi Tomihiko (森見登美彦)

 

 

 

 

2. 등장인물 소개

 

 

나 : 이름 없이 '나(私)'로만 지칭된다. 주인공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멋진 주인공과 거리가 먼 잉여로운 대학생의 전형적인 표본이자 찌질함을 가지고 허세가 강한 인물. 자신의 잉여스러운 삶이 자기 탓이 아니라 남 탓이라고 돌리면서, 신입생 때 선택을 잘 했더라면 지금쯤이면 멋진 대학 생활을 할 텐데 하고 후회만 하고 있다.
주로 하는 일은 자기가 소속된 동아리나 자기 주변의 인간관계에서 보이는 모든 커플 내지는 커플이 될 기미가 보이는 남녀의 연을 끊어놓는 것. 주로 오즈와 이런 잉여로운 행동을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은 오즈를 매우 경멸하지만 사실 오즈 이외엔 찾아오는 친구가 없다. 이래저래 안습한 인생.

 

 

오즈 : 주인공과 더불어서 잉여로운 대학생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이자 교토대학교 공학부 학생. 주인공과 달리 잉여로움을 즐기는 인물이자 작중 주인공이 휘말리는 거의 모든 사건의 실제 원인 제공자. 그리고 뭔지 모를 음모와 흑막으로 둘러싸인 반 수수께끼 인물. 이야기 스토리 전개상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주인공은 부정하지만 주인공의 유일무이한 친구. 주인공은 오즈에게 반말을 하지만 그는 주인공에게 꼬박꼬박 경어를 쓰고 있다.

 


아카시 : 주인공과 오즈보다 한 학년 후배이며 주어진 일을 매우 잘 처리하는 인물이나, 그 똑 부러짐이 너무 과하고 입바른 소리를 곧잘 해서 본의 아니게 쌀쌀맞아 선배들이나 동기들이 그녀를 가까이 하기 좀 꺼려한다. 이게 너무 심해 철의 여인과도 같은 성품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나방을 엄청 무서워하는 갭 모에를 보이고 있다. 작중에서 가장 상식적인 인물. 그녀의 모습은 원작가 모리미 토미히코가 늘 그리는 검은 머리 소녀의 그 모습.

 


히구치 세이타로 : 대학을 8년 동안 다니고 있는, 1년 내내 똑같은 유카타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날백수이자 작중 오즈의 스승.(에피소드에 따라 주인공과 아카시의 스승도 된다.)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듯한 이미지가 강하며 주인공 일행들에게 별 쓸데없는, 어쩔 때는 실현 불가능한 심부름을 시키면서 사는 인물. 최근에는 쥘 베른의 해저 및 2만 마일에 빠져 사는 듯. 참고로 히구치는 모리미 토미히코의 다른 소설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도 등장한다.

 


하누키 료코 : 치위생사이며 작중 히구치와 조가사키와는 오래 전부터 아는 친구 사이. 미인이지만 엄청난 술꾼에 주사가 굉장히 심해 술에 취하면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핥는 버릇이 있다. 작중에서 히구치와 연인 비슷한 무드가 형성되지만 쉽게 연결되지는 않는다. 이는 모리미 토미히코의 또 다른 소설 '밤은 짧어 걸어 아가씨야'에서도 마찬가지. 

 


조가사키 마사키 : 영화 동아리 '계'의 수장이며 잘생긴 마스크와 카리스마로 동아리를 휘어잡고 신입생과 여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나 알고 보면 나르시즘에 빠져있는데다가 여자 가슴에 대한 페티쉬즘과 러브 돌 카오리를 애지중지 하는 변태. 그의 본 모습을 알고 있는 주인공(특히 그는 조가사키에게 완전히 찍혀 동아리 내에서 입지가 굉장히 안 좋았다.)과 오즈는 그의 실체를 까밝히려고 음모를 초반에 꾸민다. 작중에서 히구치와 대립관계인 것 처럼 보였으나 히구치와 료코와는 친구관계로 나중에 밝혀진다.

 

 

 

 

 

3.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주인공,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주인공

 

 

"고교 시절에는 딱히 클럽활동도 안 하고
같은 비활동적인 남자들과 죽치고 있을 뿐 이었다
하지만 나는 초롱초롱한 대학 1학년생
환상의 보물이라고 하는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의 문이
지금 여기에 무수히 열리는 것을 눈앞에 두고 있었고
막 흥분하며 몽롱해있었다
그리고 내가 고른 것은 테니스 부 큐피드.
검은 머리의 소녀들과 개운하게 땀을 흘리며
사랑의 랠리를 서로 치는 것이다!" 

(1화에서 발췌)

 

 

그렇게 대학만 간다면, 대학교에 입학하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며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가 펼쳐질 거라 의심치 않았건만 세상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는 게 우리의 인생입니다. 대학생활은 생각만큼 장밋빛으로 되어 있지 않으며, 입시지옥과 취업지옥 사이에 있는 완충시간대라는 것을 곧 알게 되며, 중, 고등학교 때 알던 얕은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전공에 관한 지식은 빙산의 일각 밖에 되지 않아, 대학에서 제대로 전공을 배우다 보면 어? 이런 것도 배우는가? 내가 생각하던 그런 거랑 전혀 딴 판이잖아? 를 깨닫게 되고 자칫 잘못 하다가는 전공 자체에 흥미를 잃고 방황해버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학 졸업생들이 졸업 후 취업하는 분야와 전공의 일치는 굉장히 낮은 편이죠) 거기다가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고, 전공과 상관없이 대학교를 진학한 경우에는 더더욱.
이렇게 되다보면 보통 이런 생각을 해보기 마련입니다.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더 좋은 생활을 하고 있을 텐데...'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는 이런 속으로 뜨끔할만한, 누구나 생각하고 있을법한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인공인 '나'는 대학캠퍼스생활에 대한 여느 남학생처럼 환상에 가득 부푼 대학생활을 기대하며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고, 핑크빛을 꿈꾸며, 수많은 클럽 권유 중 한군데를 선택하고 가입하게 되지만 검은 머리 소녀와 엎치락 뒤차락 사랑의 랑데뷰는 어디로 사라져버리고 엉뚱하게도 '오즈'라는 묘한 동급생과 계속 얽히게 되고 2년을 허송세월로 보내버리게 됩니다. 한마디로 잉여 LIFE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주인공은, 그러나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게 다 오즈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합니다. 이 또한 전형적인 자기 방어 기제인 것이죠.

 

 

"네놈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좀 더 유의미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이 분명해. 학업에 힘쓰고, 검은머리 아가씨와 사귀고, 얼룩 한 점 없는 학창생활을 마음껏 만끽했을 것이다. 그렇고 말고"

(원작 소설 56~57P에서 발췌)

 

 

아 이 한심한 대학생인 주인공이여...

 

 

 

 

 

4.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부터 바뀌어야

 

 

그 주인공의 간절한? 바람이 교토의 신을 감복시킨 것인지 소원대로 타임 루프를 타게 되며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동아리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이야기가 매 회 진행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다른 선택을 해도, 어떤 동아리에 가입해도 주인공의 인생은 변함없이 잉여 LIFE가 되며, 늘 상 오즈랑 엮이고,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원작 소설에서는 3번에 걸쳐(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소설의 3/4에 걸쳐 반복), 애니메이션 상에선 9화에 걸쳐 반복이 됩니다.
그러다가 시모가모유스이 장에서 80일간 수많은 자신의 평행세계를 방황하면서 진정한 자신의 문제를 깨닫게 되죠.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따위 존재하지 않는 것을. 왜냐? 세상은 하나의 장밋빛으로 이뤄지지 않는, 실로 여러 색으로 이뤄져 있는 것을 말이죠. 여러 색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은 그 만큼의 가능성이 있는 인생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 동안 주인공은 언제나 가능성이 있는 자신과,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항상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불만만 토로하고 오즈 탓만 하며 자기방어기제로 넘어가기 일쑤였던 것이죠. 진정으로 자신을 알지 못하고, 또 믿지 않았고 그로인해 인생에 단 한번뿐인 청춘을 있는 힘껏 즐기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근본적인 원인을 모른 채 동아리를 바꾸고 선택을 달리한다고 그가 원하는 인생을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어느 방의 주민도 자못 재미있어 보인다.  결코 장밋빛까지는 아니더라도, 각각의 넉장 반이 각각의 색으로 흘러넘치는 것만 같다. 나에게도 이런 선택이 가능했다는 것인가?"

(10화의 독백에서 발췌)

 

 

 

10화의 마지막에 이를 깨달은 주인공은 평행세계의 미로를 벗어나게 되고 드디어 그가 원하던 검은머리 아가씨인 아카시와 사귀게 되고 나름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게 됩니다. 어찌보면 파랑새처럼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자기 주변에 있음을 알려주며 일상이 자기 마음먹기에 따라 극락일수도 지옥일 수도 있는 고전적 교훈을 내포하고 있는, 한 인물의 성장을 그린 성장물로 많은 것을 시사해줍니다.

 

 

"그 운명의 시계탑 앞에서 비밀 기관 '복묘반점'을 선택한 데 대한 후회의 염을 떨칠 수 없다. 만약 그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나는 다른 학창생활을 보내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그 무한히 계속되는 다다미 넉 장 반 세계를 80일간 걸어 본 인상으로 추측하건데, 나는 어느 길을 선택했어도 별 차이 없는 2년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도, 무서운 상상이기는 하나, 어느 길을 선택했어도 오즈를 만나지 않았을까. 오즈의 말대로 우리는 운명의 검은 실로 맺어져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나는 과거의 자신을 보듬어주지는 않고 과거의 과오를 긍정하지도 않지만, 우선 너그러이 봐주는 정도는 못할 것도 없다."

(원작 소설 400~401P에서 발췌)

 

 

 

 

 

5. 그 외


1. 원작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지만 전개 방식은 사뭇 다릅니다. 원작 소설은 그야말로 평행세계를 다루고 있고, 각 장마다 어찌되었던 같은 결론이 나오는 HAPPY ENDING에 (어느 동아리를 선택하던 아카시와 연결되서 잘됨) 마지막 4장서 평행세계의 미로를 방황하면서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TRUE ENDING을 가지는 반면, 애니메이션은 평행세계 보다는 루프물에 가까우며, 다만 소설의 마지막 장에 해당하는 10화 11화에서 소설판 마지막 장과 같은 전개를 맺습니다. 애니메이션판도 굉장한 수작임에는 틀림없지만 먼저 소설 원작을 보고 애니메이션을 보기를 권고합니다. 개인적으로 소설 원작의 전개에 점수를 더 주고 싶습니다.

 

 

2. 특히 애니메이션판에서 굉장히 아쉬운 것이 대규모 나방 떼의 습격이 마지막에만 나왔다는 것이지요. 소설에서는 매 장의 마지막 부분쯤에서 나방 떼의 대 습격이 이뤄지고 저 많은 나방이 어디서 나왔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하다가 마지막 4장에서 그것을 해소시키면서 이렇게 치밀하게 연결되는구나 하고 감탄하게 했는데 그것이 생략된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이는 처음부터 평행세계물이 아닌 루프물로 가다가 마지막에 평행세계를 다룬 애니메이션의 플롯 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3. 원작자 모리미 토미히코는 의고체라고 불리는 고풍스러운 문체를 사용하는 것이 그의 특징인데 주인공이 나열하는 단어들은 그저 아무 의미 없는 허세들의 연속인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다가 혼자 생각하는 망상의 표현은 쓸데없이 매우 긴 편인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이것을 속사포 랩처럼 주인공의 독백으로 표현해버렸습니다. 이는 애니메이션판만의 독특한 IDENTITY로 남게 되면서 의고체와 주인공의 허세를 매우 잘 표현한 연출로 기록될 듯. 

 


4. 비화에 따르면 원래 감독은 2배속을 원했지만, 하다가 담당 성우인 아사누마 신타로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바람에 속도를 약간 낮췄다고 합니다. 낮춘게 저 정도면 도대체 감독은 얼마나 빠르길 원했단 말인지.

 


5. 작품의 주요활동 무대인 시모가모유스이장은 실제 1913년 준공되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교토대학교 기숙사 요시다료를 모티브로 했다고 합니다.

요시다료에 대한 사진모습과 자료는 여기로 

 


6. 우리나라에서 주택의 크기를 평(坪)으로 표기하듯(비록 미터법으로 표기하라고 엄청난 압력이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지만), 일본에서는 다다미 크기로 표기하기도 하는데, 다다미 넉장 반이면 가장 작은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크기를 의미하며, 우리나라로 치면 고시원 크기 정도라고 합니다.

 


7. 감독인 Yuasa Masaaki는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 극한의 디테일을 추구했다고 합니다.(여기서 말하는 디테일은 작화 디테일이 아닌 사실성 추구 및 남들이 그냥 넘어가는 부분을 세밀하게 챙기고 계산했다는 것) 이는 MAD HOUSE에서 일하는 김현태님의 인터뷰에서 드러나는 내용.
실제로 오프닝도 그렇고 작품을 위해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의 작품무대가 됐던 방을 빌려 3개월 동안 꾸미고 생활했다고 합니다.

 


8. 이런 노력의 결실로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는 2010년 12월. 일본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대상을 수상했고 2011년 2월에는 도쿄 국제 아니메 페어에서 TV 애니메이션 부분 우수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9. 오프닝과 엔딩이 상당히 인상적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만 마지막 11화는 오프닝과 엔딩이 서로 위치를 바꾸고 있습니다.

 

 

 

 

四畳半神話大系 OP : 迷子犬と雨のビート

 

 

 

四畳半神話大系 ED : 神様のいうとおり

 

 

 

 

 

 

 



후추는 로마시대에 SPICE가 아니었다

Category : 과학,CG,상식 | 2012. 7. 21. 20:43

 

 

 

 

 

 

 

SPICE(香辛料)는 글자 그대로는 향기와 매운맛이 있는 재료라는 뜻으로 음식에 부가적으로 넣어 음식에 풍미를 주어 식욕을 촉진시키는 식물성 물질을 일컫는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SPICE는 '향신료' 이전에 '양념'으로도 해석 되어 쓰이지만 소금, 설탕, 식초, 간장 등의 양념 및 조미료는 엄밀히 말하면 현대 향신료의 범위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SPICE라는 단어를 학술적이나 향신료에 국한지어 사용할 때 어느 정도 용어의 범위를 설정할 필요는 있습니다. 현대에서 양념이 아닌 향신료로써의 SPICE의 정확한 범위는 식물성으로, 보통 풀 이외의 열매나 종자, 나무껍질 등을 이용하여 음식에 풍미를 주는 재료들을 의미합니다. 보통 후추, 육두구, 정향, 샤프란, 계피가 여기에 속하며, 그런 의미에서 고추, 참깨도 향신료로 분류 합니다.(보통 한국사람들은 고추, 참깨는 향신료로 생각 안하고 그냥 양념으로 생각하죠. 그래서 양념과 향신료의 차이를 더 모호하게 생각)

 

 

 


SPICE의 어원을 보면, 라틴어의 Species(스페키에스)에서 유래했는데 이 단어는 특별한(Special)과 특히(especially)와 같은 단어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스페키에스의 문자적 의미는 '유형'이나 '종류'였지만 (생물학에서는 여전히 그런 뜻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Species는 種) 나중에 가서는 관세를 부과할 만한 물품의 유형이나 종류를 지칭하는데 사용됨으로써 값진 물건을 가르키는 단어로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이때의 SPICE는 관세가 적용되는 사치품을 일컫는 말이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이야 흔하디 흔한 SPICE지만(비싼 샤프란 빼고) 당시 서양에서 SPICE는 생산되지 않고 100% 동양에서 수입되었는데,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되어 말이나 낙타에 싣고 육로를 통해 들어왔습니다. 이게 인도를 거쳐 유럽까지 들어오려면 너무 먼 거리였죠. 게다가 도적떼의 습격을 받는 일도 빈번해서 매우 위험했고, 이런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유럽에서는 비쌀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베네치아 상인이 이슬람에서 SPICE를 사들여 몇 배의 값에 팔아넘기는 등 유럽 향신료 시장을 독점한 탓도 있고, 나중에 이슬람 세력이 팽창하여 비잔티움을 멸망시킨 다음부터 유럽이 원하는 SPICE는 모두 아랍 상인의 손을 경유하지 않으면 구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그 가격은 엄청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SPICE를 구하고자 하는 유럽인들의 열망이 대항해 시대를 가지고 왔고 이것은 유럽이 신대륙을 발견하게 되는 부수입?과 더불어 제국주의를 낳게 되는 테크 트리는 다들 아시죠?)

 

 

 


다시 사치 관세품으로 돌아와서, 5세기에 작성된 로마 문서인 알렉산드리아 관세표에는 이른바 관세 부과 대상 종류라는 제목아래 54종이 열거 되어 있었는데, 이 목록에는 육계, 계피, 생각, 백후추(후추와 다름), 필발, 카르다몸, 알로에, 몰약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사치 품목으로 간주되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항구에서 25퍼센트의 관세가 부가 되었다고 합니다. 동양에서 온 SPICE는 바로 이 항구를 통해 지중해로 들어온 다음, 거기서 또다시 유럽의 소비자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이상한? 물품들도 바로 SPICE로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사자, 표범, 비단, 상아, 거북 껍질, 인도인 환관이 그것입니다. 이것도 SPICE인 것이죠. 즉 당시에 SPICE는 우리가 생각하는 향신료가 아닌 사치 관세품으로 봤던 것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롤스로이스나, 루이 비통 핸드백이라던가, 드비어스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도 SPICE인 것이죠.

이렇듯 관세를 부과할 만큼 희귀하고 값비싼 사치품만을 가리켜 SPICE라 부르기 때문에, 특정 품목의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떨어지면 관세 부과 대상 목록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로마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향신료이자 향신료의 대명사인 후추는 로마가 자력으로 운반해 왔기 때문에 싸게 사용할 수 있었고, 그래서 후추는 알렉산드리아 SPICE 목록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당시의 개념으로 볼 때 후추는 SPICE가 아니고 인도인 환관은 SPICE가 맞는 셈이었지요.(인도인 환관이 향신료?.... 왠지 호러가 따로 없네요 ㅎㅎㅎ)

 

 

 


물론 지금의 기준으로 SPICE는 협소하게 식료품에 국한된 의미로 사용됩니다. 즉 후추는 그 관세표에 나오지 않았지만 SPICE이며 사자 및 호랑이는 그 관세표에 나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SPICE가 아닌 것이죠. 이렇듯 어원을 보면 재미있는 사실 및 당시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단면인 거 같습니다.

 

 


참고문헌
식량의 세계사, 톰 스탠디지, 박중서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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