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DEPECHE MODE - SONGS OF FAITH AND DEVOTION
84. DEPECHE MODE - SONGS OF FAITH AND DEVOTION : SYNTH POP을 넘어선 90년대 이들의 역작
국적: 영국
그룹: DEPECHE MODE
앨범명: SONGS OF FAITH AND DEVOTION
장르: SYNTH POP
제작년도: 1993년
레코드사: MUTE RECORDS
공식홈페이지: www.depechemode.com
멤버리스트: David Gahan(Vocals) Martin L. Gore(Keyboard & Guitars)
Andrew Fletcher(Keyboard) Alan Wilder(Keyboard)
01. I Feel You
02. Walking in My Shoes
03. Condemnation
04. Mercy in You
05. Judas
06. In Your Room
07. Get Right with Me
08. Rush
09. One Caress
10. Higher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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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DEPECHE MODE - VIOLATOR : 어두운, 그러나 서늘하도록 아름다운.... (7집)
1. 한 음악 장르의 정점, 그리고 그 이후
대중음악 분야에서 성공한, 그것도 어떤 장르를 이끌어 가는 리딩 밴드라면 그 장르에 있어서 정점에 도달하는 앨범이 반드시 나오게 마련인데, SYNTH POP분야의 선두주자인 DEPECHE MODE에게 있어서 그런 앨범을 꼽으라면 단연 90년 작인 VIOLATOR일 것입니다. 이제는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음악적 특징인 “차갑지만 서늘하도록 아름다움, 어둡지만 암흑의 어둠이 아닌 보랏빛의 고풍스런 어둠의 미학”을 완전 정립한 이 앨범은 그 동안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하게 변화의 물결을 받아드리고 그것을 자신들만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 노력의 결과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완성과 정점이란 단어 자체만 놓고 다른 관점으로 해석한다면 이 이후에 나오는 음악들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고 이 VIOLATOR보다 뛰어날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해석은 3년 후인 1993년 이들의 통산 8번째 정규 앨범인 SONGS OF FAITH AND DEVOTION에서 현실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앨범에서 DEPECHE MODE는 SYNTH POP을 넘어서 더 넓은 영역의 음악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죠.
2. SYNTHESIZER, GUITAR 그리고 GOSPEL
그 이전작인 VIOLATOR도 면밀히 살펴보면 SYNTH POP 이외에 GOTHIC과 ROCK, 앰비언트 적 요소를 수용하고 있어서 역대 DEPECHE MODE의 앨범들과 다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큰 카테고리인 SYNTH POP이라는 것 자체는 변함이 없었고, 오히려 SYNTH POP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전자음만을 놓고 볼 때 그 이전작인 MUSIC FOR THE MASSES보다 더 강하게 표현된 앨범이었다면 SONGS OF FAITH AND DEVOTION은 이런 앨범적인 특징의 변화를 넘어 SYNTH POP이라고 하기 다소 애매한, 장르적 변화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이들의 주 음원인 SYNTHESIZER를 넘어서 GUITAR의 사용이 본격화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MODERN ROCK 느낌과 신과 종교적 색채의 GOSPEL 성향이 무척 강조되었습니다. 즉 SYNTH POP 팬으로 볼 때는 이 앨범의 평가가 조금 난감할 정도로 음악적 성향이 많이 변했던 것이죠.
왜 이들은 VIOLATOR 같이 SYNTH POP과 일렉트로니카의 정점을 계속해서 이끌어가지 않고 이런 음악적 성향을 대폭 수정한 앨범을 끌고 나온 것인가? 이를 이해하려면 새로운 DECADE인 90년대 음악적 상황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80년대에 유행했던 음악들은 90년대 들어와서 쇠퇴의 길을 갔으며 새로운 음악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특히 ROCK에서 ALTERNATIVE가 METAL을 대체하여 새로운 지배자가 되려고 했고, POP분야에서는 다양한 음악들이 자신만의 장르를 고집하지 않고 서로 CROSSOVER되는 즉 HYBRID된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던 때입니다. 거기서 전자음악이 더욱 발달된 형태로 나타나면서 샘플링을 통한 INDUSTRIAL음악이 태동하고 있었는데다가 서서히 일렉트로니카가 붐을 이루고 있던 음악적 혼란기에 과거 스타일만을 고집할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 그랬던 것이 그 표면적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이것 외에도 DEPECHE MODE의 음악이 이렇게 변화된 내부적 이유로는 승승장구 하고 있는 밴드의 프런트 맨인 DAVID GAHAN의 정신적 피폐함이 더 크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 DEPECHE MODE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SYNTH POP밴드였지만 워낙 VIOLATOR의 음반 판매량은 출중했고(멀티 플레티넘) 이런 대성공은 보기와 달리 심성이 예민한 DAVID GAHAN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었습니다. 예전에 BBC에서 방송된 DEPECHE MODE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보면 성공한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그 성공이 자신에게 너무 지나치게 다가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DAIVD GAHAN이 회고했던 것이 나옵니다.(앨범 ULTRA 이후에 나왔던 방송이었죠) 그 일예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지 못해 G'N'R의 액슬 로즈 스타일을 따라하기도 했으며 당시 미국을 강타한 GRUNGE 스타일을 추구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동안 말끔한 모습은 간데 없고 Songs of Faith and Devotion 앨범에서 DAVID GAHAN의 모습은 GRUNGE 스타일 그대로였죠. 이런 일예는 단순한 겉모습의 변화가 아닌 정서적으로 불안정했던 GAHAN의 당시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약물에 적극적으로 손대기 시작한 때도 이 때였다 합니다. 그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다가왔었고 정신적 안식을 굉장히 갈구하던 때가 이때였지요. 이렇게 밴드 내외적인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려서 나온 음악적 변화에 GOSPEL이 강조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3. 연타석 홈런, Songs of Faith and Devotion의 성공, 그러나.....
비록 분위기는 SYNTH POP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변하였지만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고풍스런 보랏빛 암흑은 GOSPEL 성향을 만나게 됨으로써 신비하면서 엄숙한 분위기로 승화되었습니다. 그런데 단지 엄숙한 분위기만 끌고가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GOSPEL분위기와 정반대로 GAHAN의 목소리와 어울러져 굉장히 퇴폐적이고도 에로틱한 느낌도 강하게 드는 양면성도 간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의 대표적인 트랙으로 꼽히는건 6번째 트랙인 IN YOUR ROOM으로 DEPECHE MODE의 새로운 형식의 음악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명 트랙이라고 단연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런 엄숙하면서도 지극히 퇴폐적인, 그리고 한없이 어두운것 같으면서도 투명한 몽환적 묘한 느낌의 DEPECHE MODE의 음악의 창조의 일등공신은 역시 DEPECHE MODE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Martin L. Gore로 그의 사운드 메이킹은 全 멤버, 특히 GAHAN의 특성을 잘 살려 내면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음악적 표현을 배치하는지 이제는 완전히 도가 튼 느낌이 들며,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새 시대에, 기존팬은 물론 새로운 팬들까지 수용할 만한 음악을 만들어내며 이둘을 밸런스를 맞추는데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멤버들의 노력으로 DEPECHE MODE는 새로운 90년대의 분위기에 맞는 발전된 음악을 선보일 수 있었고 이런 새로운 시도는 팬들에게 크게 어필하게 되어 결국 상업적으로 빌보드 팝 싱글 차트에 TOP 40에 처음 오른 이후 결국 1위를 차지하게 되고, 플래티넘을 달성하는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계속되는 DEPECHE MODE의 성공가도였으며 SYNTH POP에서 가히 이들과 견줄만한 밴드는 없을 정도라 단언할 정도로 정상에 완전히 정착하게 된 것이었죠. 다소 과찬이 강조된 말이기도 하지만 누구 말대로 90년대를 대표하는 음반중 하나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앨범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앨범은 앞으로 DEPECHE MODE가 SYNTH POP의 위치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이런 새로운 형식을 새로운 십년에 맞춰 계속해 나갈 것인가? 아니면 다시 SYNTH POP 본연의 자세로 돌아갈 것인가 하는 숙제를 남기게 됩니다. 밴드가 장기간 존속해 가면서 예전과 같은 인기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한군데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음악적으로 도전정신을 가지고 적절한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것은 필수지만 이렇게 근본자체를 확 바꿔버리는 시도는 자칫하다가 기존 팬들의 외면을 받아 밴드 자체가 와해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DEPECHE MODE는 그 창조적 정신이 팬들에게 인정받아 계속해서 인기를 끌어갈 수 있었지만 다음 앨범에서도 이런 식의 큰 변화가 먹힌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이후 앨범인 ULTRA와 EXCITER에서 보여준 이들의 모습은 전자의 흐름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이런 음악적 변화와는 별도로 갈수록 프런트 맨인 DAVID GAHAN은 지나친 성공의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약물의 수렁으로 점점 깊이 빠져들어가 버려 DEPECHE MODE의 존속 자체에 위협을 줄 정도로 상황은 악화되가는 큰 위기를 맞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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