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아름다운 색, PARIS GREEN

 

 

과거 고전 미디어를 보면 독약 물병은 보편적으로 녹색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 외 선명한 보라색으로도 종종 표현되기도 하죠. 보라색의 경우엔 시체 색에 가깝기 때문) 왜 하필 녹색으로 독약을 표현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이렇게 된 데에는 PARIS GREEN 때문에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PARIS GREEN은 어떤 색 이길래 독약 = 녹색이란 클리쉐를 낳게 되었을까? 


과거 염료들은 만들기도 힘들었지만 변색이 되어 오래 못 간다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녹색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그러던 중 스웨덴의 화학자 Karl Wilhelm Scheele는 구리와 비소를 혼합하면 시중에 있는 녹색보다 영롱하며 색이 더 오래 지속되는 염료가 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굉장히 영롱한 녹색을 뜨는 PARIS GREEN은 다른 말로 Schweinfurt green 등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1814년 Wilhelm Dye and White Lead Company에서 두 명의 화학자 Russ와 Sattler에 의해 PARIS GREEN은 EMERALD GREEN으로 개량되는데 1822년 제조법을 발표했을 때 더 오래 지속되는 녹색이 되고 산업적으로 더 쉽게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PARIS GREEN 혹은 EMERALD GREEN 그 특유의 색으로 인해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되었고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드레스에도 사용되었는데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냐면 1864년 어느 날 저녁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Eugenie 황후(Empress Eugenie)가 PARIS GREEN색의 드레스를 입었는데 그 다음날 아침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로 숨이 막힐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런 PARIS GREEN은 그 당시 새롭게 성장하고 있던 벽지산업에도 사용되고 당연히 널리 사용되게 됩니다.

 

 

 

문제는 PARIS GREEN이든 EMERALD GREEN이든 만들 때 비소가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순수한 비소는 독성이 없지만 공기 중에 노출되는 순간, 즉 산소화 결합하게 될 때 맹독성을 띄는 산화비소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소를 사용하는 PARIS GREEN이 인체에 매우 안 좋은 것을 떠나 사람이 죽을 수도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비소가 치명적인 것을 그 당시 사람들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PARIS GREEN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는 것이 옷이나 벽지를 먹는게 아니니까! 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PARIS GREEN의 벽지를 사용한 집은 벌레랑 쥐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서 그 인기는 더더욱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비소 침전물로 생산된 안료가 빗자루 곰팡이를 번식 시키게 되고 천식과 같은 기관지 질병을 일으키거나 장기간 노출될 시 비소 중독을 유발하며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죠. 이 염료를 만드는 작업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비소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녹색 손에 궤양, 노란손톱, 다리에 분화구와 같은 흉터 등이 생성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Dr. Ange-Gabriel-Maxime Vernois가 발견하게 되고 보고서를 작성한 이후 프랑스와 독일의 정부는 비소 기반 안료 생산을 제한하는 법률을 통과시키게 됩니다. 하지만 영국 같은 경우는 무시하는 등 전격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것은 1960년대나 돼서야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녹색의 비소 안료는 훗날 수많은 창작물에서 '독'의 이미지를 녹색(으로 표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죠.

그렇다면 현재에는 PARIS GREEN이 아예 퇴출되어서 사용되지 못하느냐? 그것은 아니고 염료기술이 발전하게 되어 비소를 사용하지 않고 인체에 안전한 염료를 사용하여 PARIS GREEN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