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은 원래 주황색이 아니었다
학명 : Daucus carota var. sativa
원산지 : 아프가니스탄
분포지역 : 유럽 ·북아프리카 ·아시아
크기 : 높이 1m
동서고금을 초월하고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 베스트 5안에 들어가는, 아니 성인이 되서도 그 식감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당근은 원래 그저 풀만 무성하게 자랐던 1년생 식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야채류가 그렇듯이 인간의 손을 타서 품종개량이 이뤄지게 되어, 가을에 심고 겨울을 나게 하는 방법으로 뿌리가 크게 자라게 만들었고 지금의 당근이 되었다고 합니다. 원산지는 아프가니스탄이고 유럽에는 10∼13세기에 아랍 지역으로부터 들어왔으며, 중국에는 13세기 말 원나라 초기에 중앙아시아로부터 들어왔고, 한국에서는 16세기부터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당근의 원래 색은 주황색이 아니라 자주색이었다고 합니다.(당근색은 당근 주황색이지. 당근이쥐. 어 아냐?) 16세기 노란색 돌연변이체가 나타날 때 까지 당근은 자주, 보라, 빨강 이런 계열색 밖에 없었는데 주황색 품종이 등장하면서 주황색 이 외의 당근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이는 주황색 당근 외 다른 색 당근들은 익으면 갈색으로 변하면서 시각적으로 매우 볼품없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인간에 의한 선택 진화의 예로 들 수 있을 듯.
요즘은 푸드 코디네이트가 유행하면서 다시 노란색, 보라색 당근이 각광받는다고 합니다. 역시 품종개량이 이뤄져 삶거나 조리했을 때 원래 색을 유지하는 모양인 듯 합니다.
끝으로 당근에 관한 요리 기원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당근에 관한 포스팅을 마무리 질까 합니다.
러시아 요리 중에 Морковь по-корейски (마르꼬프 빠 까레이스끼)라는 것이 있는데 해석하면 ‘한국식 당근’ 이라는 뜻을 가진 요리입니다.
이는 뼈아픈 고려인들의 이주역사가 만든 음식인데, 고려인들이 소련으로 이주하면서 그곳에서 배추를 구할 수 없게 되자 궁여지책으로 당근으로 김치를 만든 데서 비롯된 요리가 바로 이 ‘한국식 당근’인 것입니다. 한마디로 당근김치.
그런데 의외로 기름진 러시아 음식들과 궁합이 맞아서 러시아 사람들도 먹게 되고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이 당근김치를 한국 고유의 요리로 알고 있으며, 한국에서 당근김치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놀라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